대산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야 / 이봉주(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05.06     조회 43


기본으로 돌아가야

 이봉주(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세계일화(世界一花). 오래전 예산 수덕사에서 본 편액 글귀인데 무언가 끌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나중 알아보니 그 유명한 만공 선사가 쓰신 거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에서 창궐(팬데믹)하는 것을 보며 ‘세계는 하나’임을 절감한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고, 지위고하가 없다.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세계대전 중이다.” 빌 게이츠의 이 말을 되새길수록 참 오싹해진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이차 감염의 파도가 몰아칠 것이라 하고, 심지어 54억 명이 감염될 때까지 코로나19가 인류를 괴롭힐 거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미 베트남전 전사자 수를 훨씬 초과한 것을 보며 인류가 참 오만했다는 지적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참 살만한 나라다. 신뢰가 있기에 사재기나 봉쇄 조치 없이 그리고 남들은 미룬 선거를 우리는 합심해서 무탈하게 마쳤다는 긍지를 갖는다. 마스크 두 장을 사기 위해 딸과 함께 줄 서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던 것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기막힌 반전이다.

 

“독재의 사슬도 기억케하고, 빈곤의 사슬도 기억케하라.” 조정래 작가가 칭송한 청암 박태준의 어록이다. 국제 사회가 칭찬할 정도로 기민하게 대처해준 정부 당국, 의료종사자, 자원봉사자, 택배종사자 등등 여러분께 감사를 보낸다. 아울러 건강권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공중보건 인프라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니 여기에 기여한 선배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항상 국민 보건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도 직원 조회 때마다 강조한 유일한 선생의 말이다. 지금도 우리 곁에서 지혜를 주시는 1920년생 김형석 교수의 ‘유일한의 생애와 사상’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분은 근대 한국의 위인으로 도산 안창호와 함께 유일한 박사를 꼽는다. 유일한 선생의 그 정신과 유산이 우리의 공중보건 밑바탕에 있다고 본다. 

 

바이러스는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 원조격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하여 훌륭하게 운영하였던 장기려 박사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으로 신음하던 이 땅에 슈바이처 못지 않은 분이 계셨다는 생각을 하면 허물 많은 범부로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국민교육진흥에 기여해온 분들을 또한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신속한 진단과 동선 추적, 그리고 방역지침을 따라 준 시민의식은 높은 인력수준과 교육 인프라 덕분에 가능했다. 사재를 턴 민족사학의 설립자들, 교육보험과 교보문고로 큰 족적을 남긴 대산 신용호 선생도 기억하게 된다.

 

GDP의 맹점을 목격한다. 일인당 GDP가 아무리 높아도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사회라면 그 GDP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의료 문턱이 높아서 파산하거나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사회적 포용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한편 ‘나이롱 환자’ 문제에도 불구하고 민영건강보험으로 보건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보험산업도 일정 역할을 했다고 본다.

 

바이러스는 각자도생의 완결판을 보여 주었다. 안면몰수하고 너도나도 문을 닫았다. ‘세계는 평평하다’를 저술한 이는 앞으로 세상은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 이후(AC)로 구별될 것이라 한다. 일단 대학사회는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지금 열심히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몇 년 앞두고 갑자기 온라인 강의에 내몰린 교수로서, 그리고 교육 현장의 기술 발전에 둔감했던 교수로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해 볼만 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디지털 환경과 경쟁 문화에서 자라온 학생들에게 부족한 소통, 협력, 지혜를 고양시켜야 하는 과제는 오프라인 대학의 존재 이유라고 믿는다.

 

유비무환.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 언급했던 말이다. 유비무환은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 또는 최악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초저출산, 초고령화 추세와 생산성의 하락으로 잠재 성장률이 하락해왔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과 수요에 문제가 동시에 생겨 세계 경제는 ‘구조적 장기 침체’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실업 증대로 불평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마이너스 금리에 이어 마이너스 유가마저 등장하는 초유의 불확실성을 보며 보험사에게 치명적인 저금리 추세가 ‘초’저금리로 고착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국제보험회계 기준, 신지급여력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다들 어렵지만 일부 보험회사는 오히려 지급여력비율이 좋아진다고 한다. 소수 외국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요체는 오랜 기간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한 데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거시경제 변수, 영업, 고객관리, 보상, 자산운용 등에서 많은 변화와 도전이 제기된다.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듯 디지털화가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될 것 같다. 첨단 기술과 신사업모델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도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누가 더 신속하게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제공해서 오래 있게 하느냐의 기본은 여전히 같다. 25명의 육군 장교가 시작해 100여년 만에 초우량 보험금융그룹으로 발전한 미국의 USAA는 좋은 예이다. 

 

엄혹한 시기일수록 대산의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는 혁신적 도전적 자세가 요망된다. 세계에 널리 퍼진 ‘드라이브 스루’ 검사라는 혁신 사례가 바로 옆에 있다. 불모지에서 세계 7위로 올라온 저력이 있는 만큼 혁신과 기본을 충실히 하는 자세로 한국 보험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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