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보험교육의 개선을 요구한다

성주호(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리 보험산업의 현재와 미래 성장은 4차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전 단계는 전통적 외형 성장 단계(growth stage)를 거쳐 질적 성장 단계(safety stage)로 진입했다. 경제 개발과 함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1990년대에는 연 12% 중반 수준, 2000~2010년대 중반에는 연 9% 초반 수준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었으나, 이제는 연 2% 중반 수준으로 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둔화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험시장의 규모경제와 범위경제가 상당 수준 포화·안정화되고, 준법감시, 내부회계 관리, 소비자 보호 등 내부 통제가 강화된 점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 관리와 통제는 성장의 또 다른 이면이므로, 대내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외형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지만, 이는 질적 성장을 통해 안전 단계(safety stage)로 성숙하게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이 만들어 갈 보험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 역량을 배출할 대학의 올바른 보험 교육은 무엇일까?

현재 보험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인슈어테크(insurtech)의 활용으로 AI 시대에 점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보험산업은 기후변화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보험보장 공백(insurance protection gap)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야 할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AI 시대가 가져올 대표적인 보험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개인과 기업 맞춤형 on-demand 보험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개인별 보험 보장 공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 소비자가 스스로 AI의 도움으로 보험을 설계하고, 필요에 따라 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보험 단체를 형성하여 맞춤형 보험의 제작과 운영을 보험사에 요구하는 P2P 보험(peer-to-peer insurance)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할 수 있다.

둘째, 건강 보장은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특약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예를 들어, 24시간 개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우려되는 현상을 미리 진단하는 “AI 솔루션 기반 헬스케어”가 보편화되면 AI 솔루션은 보험의 가입 시점, 가입 기간, 필요한 구체적 보장 내용을 미리 제시할 것이다. 기존의 범용 건강 보장(general health coverage)에서 벗어나 특정 건강 보장(narrow and specific health coverage)으로 소비자 맞춤형 보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험사의 상품 제공은 주계약 중심에서 특정 특약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자동차보험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사용량 기반 보험(usage-based insurance, UBI)이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될 것이다. 보장이 필요한 시점에 "스위치 on"되고 불필요한 순간에는 "스위치 off"가 되는 UBI 시장은 AI 기술의 도움으로 한층 더 발전할 것이다. AI 시대의 보험은 이러한 소비자의 보장 욕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최적화될 것이다. 이는 다수가 모여 상부상조하는 공생적 여유로움이 줄어들고 자본 효율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소비자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상품 전략과 함께 신시장의 개척이 확대될 것이다. AI의 지역별 지식 정보와 분석 기법은 해외 시장 개척에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신흥보험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경제활동인구의 확대로 높은 보험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어 AI 지식정보 체계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현지화 작업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AI 기반 리스크 관리는 현지화 리스크(country risk)를 축소하고, 토착 보험사의 M&A도 전략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AI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 전략이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올해 상용화될 로보 어드바이저(robot advisor)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우리 보험사들도 자산 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선진 자산운용사 매입을 포함하여, AI 기반 투자 전략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와 같이 AI 시대와 더불어 보험산업의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대학과 그 구성원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도전을 필요로 한다. 교육을 통해 위기를 도전으로, 그 도전을 새로운 번영으로 전환해야 할 책무가 대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모든 교육은 가치가 있지만, 사회 적응성을 높이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AI 시대에 필요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데이터 사이언스(빅데이터) 학과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해마다 쏟아지는 의료, 경제·금융, 소비자 경제활동 관련 패널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학생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익숙해지도록 AI 기술을 적용한 공공 데이터 분석 실습 경험을 다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기존의 대학교육은 전문 지식과 학문적 깊이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AI가 지식정보의 블랙홀이 될 미래에는 기존 관념과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보험 생태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윤리적 문제를 포함하여) 법적 이슈가 상존할 것이다. 대학은 창의적 인재가 직면할 수 있는 윤리 문제를 포함한 법적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 관련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보험계약법, 보험업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보험 관련 법률뿐만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과 같은 ICT 관련 법률에도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실무 전문가와의 토론 교육을 확대하여 금융 규제의 실제 문제점을 파악하고 창의적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AI 시대에는 비판적 질의에 창의적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이질적 질문에 창의적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상황에서 협업하고 소통하는 능력, 팀워크 능력, 배려하고 융합하는 리더십 능력 등을 배양할 수 있는 팀 프로젝트, 인턴십, 산학 연계 프로그램, 평생 학습 프로그램 등 학생들이 실무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향으로 보험 교육이 개편되고 지속적으로 실행된다면, 신위험률 산출, 보험 시장 트렌드 분석, 신흥 시장 진입 자문, 판매 채널 다각화 자문 등 ICT 역량을 겸비한 독립적이고 경쟁력 있는 AI 기반 1인 전문 기업도 많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는 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정적 투자도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이러한 인재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며, 보험산업의 신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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