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대산

우리의 영원한 멘토 - 이중효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01.02     조회 31


요즘 많은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분식회계(좋게 말해서 분식회계지 불법회계, 사기꾼회계라고 말해야 될 것이다), 정치자금, 비자금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불법이 세상을 뒤흔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창립자님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퇴직할 때까지 회사의 경리, 자금, 자산운용 부분을 담당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 돈과 관련된 불법이 있다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교보생명에는 불법자금, 분식회계, 비자금이 없다. 

 

카리스마 리더십의 원천

 

창립자님은 평생을 참으로 당당하게 살았다. 우리는 그런 창립자님을 존경하며서도 두려워했다. 창립자님의 그런 힘과 카리스마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창립자님이 유난히도 강조하였던 '이 세상에 거저와 비밀이 없다'를 손수 실천하신 경영철학과 원칙과 정도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공짜를 바란다. 노력도 하지 않고 결과를 원한다. 하지만 창립자님은 "봄에 밭 갈고 씨 뿌리고 여름에 김 메고 가꾸어야 가을에 거둘 것이 있다"고 수업이 강조하였다. 또한 그 분은 회사 일에 대해 숨김이 없었는데, 재벌과 정치인들이 '이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차떼기 같은 행동을 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사장을 하고 있을 때 공유일에 창립자남을 모시고 골프를 친 일이 있다. 운동이 끝나고 계산을 하려는데 창림자님이 막았다. "오늘 골프 친 것은 거래처 접대가 아니고 회사 임원들과의 친목 도모이므로 회사 공금인 법인카드로 결재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당신께서 직접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현금으로 지불했다. 

 

나는 '카드를 쓰면 편리한데 왜 불편하게 현금을 사용하실까'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카드를 쓰면 돈의 가치를 느낄 수가 없다"고 말씀하였다. 돈을 세면서, 그리고 뒤집어서 다시 한번 세면서 '과연 여기에 이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윤리경영이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 때는 월급을 받지 않으면서 생활설계사 수당만은 항상 업계 최고를 유지하도록 말씀하였다. 또한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겠다고 해서 억지로 드리기도 했다. 돈에 관한 한 교보생명마큼 투명하게, 정도로, 원칙대로 경영하는 회사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상식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자

 

나는 며칠 전 강남 교보타워 지하의 교보문고를 다녀왔는데 갑자기 창립자님이 생각났다. 복잡한 소송에 얽혀 있던 그 땅을 이해 관계자들과 어렵게 합의하여 매입하고서 창립자님께 보고했을 때 칭찬을 듣기는커녕 기합을 받은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강남 교보차워 부지 바로 옆에 제일생명 본점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창립자님은 제일생명 옆에 우리 지점을 크게 짓는 것은 '높이 보고 멀리 보고 깊게 보고 넓게 보라'는 가르침과 상도덕 이전에 상식에 맞지 않으니 "제일생명에서 매입하도록 아내해주고 그들이 매입하지 않는다면 그때 매입해도 좋다"고 하였다.

 

제일생명과 협의한 결과 다행이 매입하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가 그 부지를 매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 년 지난 후에 제일생명에서 그 땅을 매입하겠다고 요청해왔다. 그 동안의 이자와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 이견이 많아 결국 매각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강남 교보타워 땅이다. 그 후에도 창립자님으로부터 그 땅을 잘 샀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시대를 앞선 경영의 교과서

 

나는 요즘 대학교에서 '기업경영과 회계실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데, 창립자님의 <새경영>을 경영의 기본 교재로 활요하고 있다. 즉 <새경영>에 경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립자님은 <새경영>을 집필하면서 그야말로 노력과 정성을 다하였다. 

 

1994년 1월 사장에 취임할 때 나는 취임사로 "인간존중 경영, 행동하는 경영, 신바람 경영, 내실 경영,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는 경영" 이라는 5대 경영방침을 발표하여 많은 임원사들로부터 신선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1987년에 발표했던 창립자님이 '새경영' 철학을 그대로 실천하고 행동하자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창립자님도 "내가 사장의 취임사를 20번도 더 들었어요.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면 사장이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격려해주었다. 

 

창립자님의 <새경영>은 오늘날에도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는 경영의 교과서이다. 창립자님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 선지자, 선행자였음이 확실하다.

 

인생을 배우다

 

<새경영> 외에도 "지나간 1초의 시간도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 한 걸음 앞서자"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아직도 3시인가? 벌써 6시인가?"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집념" 등 창립자님의 말씀만 가지고도 대학교에서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지난 2월에 <아버지가 알려주는 부자 되는 생활습관>이라는 책을 낸 것도 모두 창립자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창립자님의 지도와 가르침에서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창립자님의 뜻과 생각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교보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것만이 내가 창립자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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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효 - 전)교보생명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전)교보교육재단 이사장,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

 

 

* 본 글은 대산 신용호 선생 영면 1년을 기리며 2004년에 발간한 '내가만난 대산-세상엔 거저와 비밀이 없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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