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칼럼

위인들을 기려야 / 손봉호(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이사장)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02.03     조회 63


위인들을 기려야

손봉호(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이사장)

 

 

자연에는 역사가 없다. 동일한 것이 반복되기 때문에 변하는 것도 발전도 없다. 식물은 의식이 없고 짐승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기억력이 약해서 경험을 축척할 수 없으므로 역사가 이룩될 수 없다. 과거의 것이 축척되고 새것이 일어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고 발전해야 역사가 형성된다. 오직 인간만 경험한 것을 기억이나 문화물로 축척할 수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으므로 역사를 만든다. 모든 역사는 문화사일 수밖에 없고, 문화는 사람만 만든다.

 

모든 인간 사회는 동일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떤 사회는 많이 그리고 빨리 발전하고 어떤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자연세계에는 차이가 없는데 인간 사회에는 차이가 크다. 왜 그럴까? 자연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하라사막처럼 너무 덥거나 북극, 남극처럼 너무 추우면 문화가 발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연조건이 비슷한 데도 어떤 사회는 발전하고 어떤 사회는 뒤떨어진다. 어떤 사회는 자연조건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후진 상태에 있고 어떤 사회는 불리한 자연조건에도 불구하고 발전되어 있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기후가 좋은 아르헨티나의 자연조건은 국토의 1/3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 비해서 월등하게 좋지만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 있다. 자연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혹은 문화적 조건이다. 즉 이미 형성된 문화가 그 다음에 이뤄지는 문화의 성격과 발전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종교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오늘에는 지식과 교육이 문화발전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 

 

한국은 교육을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비교적 빨리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시경쟁, 사교육 번창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식기반 시대에 이런 교육열은 아주 중요한 자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교육은 강조하면서도 뛰어난 인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뛰어난 인물들의 동상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삼만 큰 길에서 볼 수 있을 뿐 퇴계로에도 퇴계 동상이 없고 을지로에도 을지문덕 동상이 없다. 안중근, 안창호 같은 애국자들의 동상은 어느 한 구석에 세워져 대부분의 시민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미국 리버사이드 시 (Riverside City)는 도심에 안창호 동상을 세웠고 로스앤젤레스 시에는 안창호 기념 우체국이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는 고속도로 갈림길에 도산 안창호 이름을 붙여놓았다. 한국의 위인을 미국이 더 기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주로 한국인의 지나친 경쟁심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한 OECD 교육전문가가 OECD 회원국의 초. 중. 고 학생들에게 “너의 반에서 1등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 본 결과 그렇다고 대답한 학생 비율이 OECD 평균 58%였는데 한국에는 80%였다 한다. 모든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경쟁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경쟁심은 지나치다 할 수 있다. 이런 경쟁심에는 철두철미 처세중심적인 유교의 세계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유교는 입신양명 (立身揚名)을 효도의 극치라고 가르친다. 

 

바로 이런 경쟁심 때문에 한국인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사닥다리인 교육에 열을 올리고, 바로 그 경쟁심 때문에 성공한 사람을 존경하고 기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뛰어난 인물 가운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숭고한 마음으로 노력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존경보다는 경쟁에 승리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취한다. 성공하는 것도 개인적 야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존경 대신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것이다.    

 

훌륭한 인물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기보다는 존경하고 기리는 것이 훨신 더 생산적이고 합리적이다. 사회의 응원과 존경은 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고귀한 목적을 위하여 더 열심히 노력하게 하는데 중요한 동기와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고, 한 사람이라도 더 훌륭한 업적을 더 많이 이룩하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그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고인이 된 훌륭한 인물들을 기념하고 기리는 것은 후대를 위해서 매우 유익하다. 그들은 실수 할 수 없고 시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안심하고 흠모할 수 있으며, 교육적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 자랑거리다. 선진국들이 공연히 돈을 들여 위인들의 동상을 세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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